2인승무 뉴스퍼옴

6호선 기관사 비극 후 도시철도노조 도입 거듭 촉구
서울시 "근본대안인지 고민 필요…무인화가 추세"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1인 승무제로 운영되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기관사들이 열차 운행 외에도 역에 들어서면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총 9개다.

정지 위치를 맞추고 열차가 서면 출입문 개방상태, 스크린도어 작동상태를 점검한다. 도착·출발시간을 체크하고 폐쇄회로(CC)TV 모니터로 승객이 다 내리고 탔는지 챙긴다. 출발신호기, 역장의 출발지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는 제대로 닫혔는지를 확인하고 승강장을 벗어나기까지 안전을 살핀 뒤 완료 신호를 보낸다.

최근 승객의 실족,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인명피해 사고도 잇달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긴장의 순간들이다. 승객들의 민원처리도 다 기관사의 몫이다. 사고가 나도 혼자 처리해야 한다. 2인 승무제에서는 기관사가 아닌 차장이 담당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지하철 5호선을 예로 보면 역수는 52개, 거리는 45.2㎞(지선 7.1㎞), 승객이 집중되는 환승역은 6개에 달한다. 1일 평균 수송인원은 85만명(2014년 기준)이다. 열차 1대당 6~8량으로 1~4호선 서울메트로가 1인승무로 운영하는 구간 열차의 4~6량보다 많다. 기관사가 혼자 하루 4~5시간 동안을 달리며 감당해야 하는 상황들이다.

이달 초 6호선에 근무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가 공황장애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 이후 총 9명째다. 노조는 2인 승무제가 근본 대안이라며 하루빨리 도입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2인 승무제는 열차에 기관사 외에 차장 1명이 탑승해 업무를 지원해주는 근무 시스템이다. 1~4호선 서울메트로가 2인 승무제를 운영 중이다.

김태훈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서울도철 5~8호선은 1인 승무를 하는 다른 도시철도보다 혼잡도가 월등히 높고 열차규모도 크다"며 "기관사의 노동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2인 승무제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2인 승무제는 2014년 서울시가 구성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의 권고안 내용에 들어 있다. 외부전문가들이 수립한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 종합대책'에도 발전과제로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의지를 갖고 약속만 지키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시각은 약간 다르다. 2인승무제가 근본 대안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개월간 지하철 7호선에서 2인 승무제를 시범실시해본 결과 기관사들의 만족도가 10%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왔다. 이 시범실시는 최적근무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2인 승무제가 과연 대안이냐는 반론이 나오는 근거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만족도도 낮고 예산상 부담도 따르는데다 지하철 무인화가 추세"라며 "기관사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의견도 검토할 수 있지만 2인승무제가 대안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최적근무위가 권고했던 다른 과제를 이행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달간의 실험으로 논란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2인 승무제 시범실시에는 3개월 기간제로 채용한 신규 직원이 투입됐다.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다보니 기존 기관사들에겐 오히려 부담이 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1인 승무제를 실시하되 업무가 과중한 시간대나 조건에서 추가인력을 투입하자는 절충안도 나온다.

일본 지하철의 경우 혼잡도가 150%가 넘으면 추가 승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 최적근무위원회도 혼잡도 150% 이상일 경우에 2인 승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한 바 있다. 2013년 기준으로 5~8호선 서울도시철도의 평균혼잡도는 149%다. 혼잡도 150%는 좌석이 다 차고 입석 승객도 골고루 분포해 지하철 한 칸에 240명 정도가 탄 상태를 말한다.

민주노총과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서울시를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20대 국회에서 2인승무를 의무화하도록 철도안전법·산업안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2인 승무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