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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신입들이 구로를 탈출하는 이유

무간지옥 구로 IP: *.111.24.149
1637 16 11
  1. 22.10.06. 16:18

22.10.06. 16:18

구로승무사업소에서는 매달 25일쯤이면 복도에 기관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다음 달 연차를 신청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날 밤 미리 회사에 나와 잠을 자는 조합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헛수고일 때가 많다. 9월 한 달만 해도 신청한 연차의 56%가 불허되었다.

논리는 간단하다. ‘네가 연차 내면 대신 차 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연차만이 아니다. 맹장이 터지거나 장염에 걸려 병가를 쓰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서 어렵다”는 대답부터 듣는 곳이 우리 일터, 구로승무사업소다.

 

철도노동자의 휴식은 ‘쉼’이면서 동시에 ‘안전’

 

노동자가 일을 하면 임금만 받지 않는다. 그와 함께 ‘주휴일’과 ‘휴가’도 받는다. 노동할 힘을 재생산하려면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므로. 특히 주휴일과 별도로 휴가제도가 있는 이유는 노동자가 쉬어야 할 때 쉬어야 휴식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시기를 지정해서 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자가 제때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때 노동력에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열차 안전을 책임지는 철도노동자에게 휴식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사측도 틈틈이 노동자에게 ‘휴양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하고, 철도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가 전날에 몇 시간 잤는지까지 조사한다. 즉 철도노동자의 쉴 권리는 시민 안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력 충원 외면하고 연차 날 출근시키기 바쁜 사업소


 계획미할당 근무는 모두 충당되었지만, 연차는 첫 신청자부터 불허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노동자의 쉴 권리가 철도공사, 특히 구로승무사업소에서는 휴지 조각 된 지 오래다. 근본 원인은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원이 부족하니 매달 근무계획을 짤 때마다 담당 기관사가 없는 ‘계획 미할당’ 근무가 수백 개씩 쌓이게 되고, 사측은 인력운용에 있어 ‘계획 미할당’ 근무에 기관사를 충당하기 바쁘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관사가 ‘계획 미할당’ 근무를 하니 모든 연차가 불허되는 날이 부지기수이며, 아파도 사측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없다”는 말부터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로승무 기관사들이 한 달 내내 휴일근무를 하지만 정작 연차는 못 쓰는, 웃지 못할 촌극의 본질이다.

 

 

노동권을 비웃는 철도공사, 쉬지 못하는 기관사

 

사업소에서 연차 불가를 통보한 문자메시지 한 통 받아 들고 출근하는 조합원이 상당하다. 여기에는 ‘고객과 약속된 열차를 운행하는데 지장이 생기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관리자와 얼굴 붉히기 싫다’는 이유, ‘관리자 눈 밖에 나면 진급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구로승무사업소는 경력 짧은 청년 조합원 비율이 유독 높다 보니 각 개인이 알아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취약하다.

사업소는 이런 빈틈을 놓칠세라 파고들어 온다. 불허 통보를 인정하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면 사측은 사실 확인서 작성이나 소장 면담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한 줄짜리 문자 통보에 항의해 정식으로 시기변경권 문서를 달라고 요구하면 “문서는 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근로기준법을 비웃어 넘기며 배 째라고 버티니 더는 말로 대응할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주장하며 철도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사의 거꾸로 된 가치관과 현실 역행하는 정부 정책이 만나면 죽어나는 건 노동자뿐이라는 사실이 불 보듯 뻔하다.

 

공사의 책임 전가에 맞서 1호선 안전운행 시작!


구로승무지부는 이런 상황에 ‘개별로는 약하나 노동조합으로 뭉치면 강하다’는 노동3권에 입각해 정공법을 쓰기로 했다.

지부 전 조합원은 10월 4일부터 안전운행투쟁에 돌입했다. 평소에는 휴양관리를 그토록 강조하던 사측이 철도안전을 위한 조합원 연·병가 신청에 대해서만은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 안전한 운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법규를 더 철저하게 지키며 열차를 운전하는 것이 진짜 안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합원들은 휴일지키기 투쟁에도 돌입했다. 사측의 경영 실패에 따라 발생한 계획 미할당을 메꿔주느라 한 달에 네댓 번씩 휴일근무를 나오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누군가는 “돈 많이 벌면서 딴소리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매번 휴일마다 사업소의 근무 요청에 응하는 것도 고역이다. 투쟁지침 이전에도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이유로 사업소의 휴일근무 요청을 거절하는 기관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쟁에 대응하는 일사불란함을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발휘해보라!

 

지부가 투쟁을 선언하자마자 본사에서는 12명의 인력을 현장에 파견했다. 9월 한 달 동안 196건의 연차를 문자로 불허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더니 우리가 하나 되어 움직이니 부랴부랴 달려오는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사측의 일사불란한 대응능력을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도 사용해 보라. 일단 정원을 100% 채우고, 그렇지 못해서 발생하는 미할당 사업은 사측이 알아서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정부의 인력감축 기조에 말 한마디 못하면서 핑계만 댈 생각은 말길 바란다.

우리 노동자들은 지금껏 충분히 차를 타 왔고, 정부와 맞서 싸우기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떳떳하게 투쟁할 것이다.

이제 철도공사가 답해 보라.

 

 

정주회 구로승무지부b9519838f53b75c07e658516b7b6684f.jpeg

구로승무사업소에서는 매달 25일쯤이면 복도에 기관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다음 달 연차를 신청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날 밤 미리 회사에 나와 잠을 자는 조합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헛수고일 때가 많다. 9월 한 달만 해도 신청한 연차의 56%가 불허되었다.

논리는 간단하다. ‘네가 연차 내면 대신 차 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연차만이 아니다. 맹장이 터지거나 장염에 걸려 병가를 쓰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서 어렵다”는 대답부터 듣는 곳이 우리 일터, 구로승무사업소다.

 

철도노동자의 휴식은 ‘쉼’이면서 동시에 ‘안전’

 

노동자가 일을 하면 임금만 받지 않는다. 그와 함께 ‘주휴일’과 ‘휴가’도 받는다. 노동할 힘을 재생산하려면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므로. 특히 주휴일과 별도로 휴가제도가 있는 이유는 노동자가 쉬어야 할 때 쉬어야 휴식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시기를 지정해서 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자가 제때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때 노동력에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열차 안전을 책임지는 철도노동자에게 휴식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사측도 틈틈이 노동자에게 ‘휴양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하고, 철도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가 전날에 몇 시간 잤는지까지 조사한다. 즉 철도노동자의 쉴 권리는 시민 안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력 충원 외면하고 연차 날 출근시키기 바쁜 사업소


 계획미할당 근무는 모두 충당되었지만, 연차는 첫 신청자부터 불허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노동자의 쉴 권리가 철도공사, 특히 구로승무사업소에서는 휴지 조각 된 지 오래다. 근본 원인은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원이 부족하니 매달 근무계획을 짤 때마다 담당 기관사가 없는 ‘계획 미할당’ 근무가 수백 개씩 쌓이게 되고, 사측은 인력운용에 있어 ‘계획 미할당’ 근무에 기관사를 충당하기 바쁘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관사가 ‘계획 미할당’ 근무를 하니 모든 연차가 불허되는 날이 부지기수이며, 아파도 사측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없다”는 말부터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로승무 기관사들이 한 달 내내 휴일근무를 하지만 정작 연차는 못 쓰는, 웃지 못할 촌극의 본질이다.

 

 

노동권을 비웃는 철도공사, 쉬지 못하는 기관사

 

사업소에서 연차 불가를 통보한 문자메시지 한 통 받아 들고 출근하는 조합원이 상당하다. 여기에는 ‘고객과 약속된 열차를 운행하는데 지장이 생기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관리자와 얼굴 붉히기 싫다’는 이유, ‘관리자 눈 밖에 나면 진급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구로승무사업소는 경력 짧은 청년 조합원 비율이 유독 높다 보니 각 개인이 알아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취약하다.

사업소는 이런 빈틈을 놓칠세라 파고들어 온다. 불허 통보를 인정하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면 사측은 사실 확인서 작성이나 소장 면담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한 줄짜리 문자 통보에 항의해 정식으로 시기변경권 문서를 달라고 요구하면 “문서는 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근로기준법을 비웃어 넘기며 배 째라고 버티니 더는 말로 대응할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주장하며 철도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사의 거꾸로 된 가치관과 현실 역행하는 정부 정책이 만나면 죽어나는 건 노동자뿐이라는 사실이 불 보듯 뻔하다.

 

공사의 책임 전가에 맞서 1호선 안전운행 시작!


구로승무지부는 이런 상황에 ‘개별로는 약하나 노동조합으로 뭉치면 강하다’는 노동3권에 입각해 정공법을 쓰기로 했다.

지부 전 조합원은 10월 4일부터 안전운행투쟁에 돌입했다. 평소에는 휴양관리를 그토록 강조하던 사측이 철도안전을 위한 조합원 연·병가 신청에 대해서만은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 안전한 운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법규를 더 철저하게 지키며 열차를 운전하는 것이 진짜 안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합원들은 휴일지키기 투쟁에도 돌입했다. 사측의 경영 실패에 따라 발생한 계획 미할당을 메꿔주느라 한 달에 네댓 번씩 휴일근무를 나오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누군가는 “돈 많이 벌면서 딴소리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매번 휴일마다 사업소의 근무 요청에 응하는 것도 고역이다. 투쟁지침 이전에도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이유로 사업소의 휴일근무 요청을 거절하는 기관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쟁에 대응하는 일사불란함을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발휘해보라!

 

지부가 투쟁을 선언하자마자 본사에서는 12명의 인력을 현장에 파견했다. 9월 한 달 동안 196건의 연차를 문자로 불허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더니 우리가 하나 되어 움직이니 부랴부랴 달려오는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사측의 일사불란한 대응능력을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도 사용해 보라. 일단 정원을 100% 채우고, 그렇지 못해서 발생하는 미할당 사업은 사측이 알아서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정부의 인력감축 기조에 말 한마디 못하면서 핑계만 댈 생각은 말길 바란다.

우리 노동자들은 지금껏 충분히 차를 타 왔고, 정부와 맞서 싸우기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떳떳하게 투쟁할 것이다.

이제 철도공사가 답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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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IP: *.242.69.161)
사진 ㄹㅇ 장관이네
18:08
22.10.06.
ㅇㅇ (IP: *.101.2.202)
걍 점심시간 사진 올려놓고 주작하누
18:21
22.10.06.
ㅇㅇ (IP: *.127.232.76)
ㅇㅇ

얘 백수네 연차10시부터 쓸라면 그전부터 가서 저리 대기탄다

19:02
22.10.06.
ㅇㅇ (IP: *)
ㅇㅇ
평생 가보지도 못할 복도 보면서 신포도질이라도 해아지 ㅋㅋㅋㅋㅋ
19:50
22.10.06.
ㅇㅇ (IP: *.223.44.248)
ㅇㅇ
야발련아 니는 점심먹으러 서류랑 볼펜 들고가냐?ㅋㅋㅋㅋㅋ
22:38
22.10.06.
ㅇㅇ (IP: *)
하는건 좋은데.. 지금 시점에 하는게 맞다고 생각함?
정치질을 해도 각도기를 재면서 해야지..
20:49
22.10.06.
독버섯=어맛팩트=고졸채용부당충 (IP: *)
ㅇㅇ
그럼 어느 시점이 해도 되는데ㅋㅋㅋㅋ 해도되는 시점이라는게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냐?ㅋㅋㅋ 뭐 언젠데?ㅋㅋ 어디 얘기해봐 언젠데?
20:56
22.10.06.
ㅋㄲ (IP: *)
독버섯=어맛팩트=고졸채용부당충
ㅋㅋ 입꾹닫하고 빤스런 ㅋㅋㅋ 진짜 언제해야됌 ㅋㅋ
07:11
22.10.07.
ㅇㅇ (IP: *)
삭제된 댓글입니다.
20:51
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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